[전시회 리뷰] 낸시랭과 강남친구들 :: 초대 받지 못한 강남 친구가 되다.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전 은? ]


기간 : 2013.03.14(목) ~ 2013.04.06(토)

장소 : 서울 강남구 TV12 갤러리

홈페이지 : http://www.television12.co.kr/exhibition.htm

입장료 : 무료


소개 :

‘파격적이다’라고 불릴 만큼 독특한 퍼포먼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낸시랭과 강남친구들” 전시로 돌아왔다. 작품은 총 12점의 회화작업으로 오는 3월 14일 청담동 TV12갤러리(문의 02-3143-1210)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지난 전시 ‘내정간섭’이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차기 대선후보들을 등장시켜 국내의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은 거기서 좀 더 나아가 법, 규정, 관습, 종교를 넘나들며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세계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낸시랭은 그녀의 어깨 위에서 9년째 동고동락 중인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고양이 인형 ‘코코샤넬’을 세계적인 인물들의 어깨에 배치함으로 다소 심각하고 진중한 주제들을 자기만의 목소리로 유쾌하게 표현한다.


낸시랭 작품 속 ‘친구’들은 이건희 회장, 마이클 잭슨, 버락 오바마,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 후진타오, 빈라덴, 예수, 부처 등 세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거물들이다. 그들이 행복하게 살았건, 비극적으로 살았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올랐고, 구설수에 이르게 된 인물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사회가 알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과연 진짜 그들의 모습일까? 사회가 이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든 낸시랭에게 이들은 그저 한 명의 인간일 뿐이며, 친구들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종결자’인 그녀에게 사회의 규범 따위는 문제 되지 않는다. 또한 사회 속에 억압 된 대중들은 오히려 그녀의 아트를, 그녀의 삶 자체를 보며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사회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혼들에게 자유영혼종결자인 그녀가 자신의 분신 코코사넬을 건네며 말한다.

“나랑 강남에서 신나게 놀아요!”




[ 작가 랜시랭을 만나러가자 ]


전시회에 가고 싶게 만드는 요소 중 으뜸은 역시 '거기에 전시된 작품이 무엇이냐?'가 아닐까? 하지만 이 전시의 경우 오로지 작가만 보고 가고 싶어진 전시회다. 이 전시회의 작가는 바로 '랜시랭'이다. 대중에게는 작품보다 작가로, 작가보다는 연예인으로서 유명한 그녀이다. 사람들 입속에 독특한 행동과 때로는 논란 꺼리를 만드는 그녀. 대중에게는 그녀의 작가로서의 영역은 물음표에 가까울 것이다. 나 역시 그녀가 작가로서 어떤 활동했는지 전혀 모른다.


작가로서의 면모가 궁금해 비와 바람을 뚫고 찾아간 전시회,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이제 봄이 오려는 구나하고 느낄 무렵이었다.

그런데 전시회를 찾아간 날은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따뜻한 봄비가 아니라 우산을 셔플댄스 추게 하는 바람을 동반한 비였다.ㅎㅎ 



건물 전경을 사진 찍는데 바람이 갑자기 너무 불어서 애 좀 먹었다.

옆에서 누가 봤다면 웬 여자가 우산을 바람에 휘날리며 사진 찍는 모습이 좀 우스웠을 것이다.


내가 찾아간 날은 전시회의 마지막 날이었다. 랜시랭씨가 하루 종일 전시회장에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SNS로 들었던 터라 다소도 기대도 되었다. 작가 랜시랭씨를 만나 볼 수 있진 않을까하고 말이다.




[ 초대 받지 못한 강남 친구들 ]


전시회장은 12점의 작품이 전시되기에 알맞은 소담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 전시회장 중앙에 랜시랭씨가 서 계셨다.


(출처 : @nancylangart : 낸시랭씨 트위터)


그런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오히려 그녀가 없는 날에 찾아갔던 것이 더 좋았을 뻔 했다.


주인 있는 집에서 편히 쉬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지인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전시회장이 작아서 그녀가 있는 주변이, 전시회장이 그녀의 영역 같아 보였다.

나만 느낀 게 아닌 듯 전시회에 온 다른 네 분도 카운터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다.

평소에 그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하는 걸 좋아해서 전시회 관람하는 시간이 긴 편인데, 서둘러 구경하고 전시회장을 나왔다..


물론 그녀는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냐는 요청이나, 싸인 요청에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작가 랜시랭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서 찾아간 전시회였는데, 전시회에는 건 연예인 랜시랭, 일반인 랜시랭이 있었다. 작품이라도 좀 편히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도록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는 신세가 서글펐다.


<< 낸시가 관객들에게 보내는 러프한 편지 >>

 

 강남사람들은 혹은 부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자유로울 수 없으나

 나는 잃어보고 나서 기존과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고, 마음이 부유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즉 그들이 처음에는 내가 불편하면서도 자유라는 가치를 느끼게 되면,

나의 '진짜' 를 느끼게 되면 해방감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Just be yourself, 난 그들을 자연인으로 만든다. 내가 잘났든 못났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Just be yourself!


이번 내 작품들에 등장하는 거물들, 난 사실 이 사람들을 잘 모른다.

이러한 유명인들과 자연인으로서 놀고 싶을 뿐이다.


- 낸시랭과 강남친구들 도록 중..


자연인으로서 자유롭게 놀자고 그녀가 마련한 자리에서,

그녀로부터 불편함을 느낀 아이러니.


나는 초대받지 못한 강남친구가 되었다.




[ 유유상종 類類相從 ]


그림 얘기를 해 보자면. 내가 그림에서 느낀 감정은 바로 유유상종이다.

흔히 끼리끼리 논다고들 한다.


낸시랭의 친구들(?)이어서일까. 코코샤넬을 어깨에 얹고, 후광을 등에 업고, 나를 쳐다보는 그림에서, 내가 tv에서 보던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할 말을 하는 그녀. 난 명품이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당당함이 그녀의 친구에게서 느껴졌다.



내가 초대받지 못한 친구가 된 것도 내게 그런 당당함이 부족해서 일지 모른다.



오사마 빈 라덴 을 대상으로 한 그림의 배경에는

911 사태의 한 장면이 담겨져 있던 것이었다.

 

참 대놓고 그렸구나 싶었다.

 

미국 번화가 한복판에 이 그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본다.


 


[ 마치며.. ]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전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전시회에 돌아온 뒤 더 그녀의 뉴스와 인터뷰를 찾아보고 있다.


작가로서 그녀가 궁금해서 찾아간 전시회는 오히려 소금물이 되었다.

목이 전보다 더 탄다.


작가로서 그녀, 그녀가 만들어 낸 ‘낸시랭’이라는 캐릭터가 더 궁금해 졌다.




[ 더하기 + ]


1.

사진은 너무 가까이서 찍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하셔서 확인 후 사진 촬영하였습니다.



2,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전에 대해서 그녀가 인터뷰한 영상이 있어 첨부합니다.

첫번째 영상은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전 외에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 영상은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있는 영상입니다.


첫번째 영상이 길긴한데.. (1시간 정도 됩니다;) 작가로서 그녀의 생각을 더 엿 볼수 있어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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